BOHEMIAN LIFE


 

매거진 P·C 38.5℃의 너, 36.5℃의 나. 2℃의 다름. 너와의 공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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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1,296회   댓글0건   작성일5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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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담 도 담 하 우 스


BOHEMIAN LIFE​ 

 

 

 

이 조용한 집에서 혼자 할 건 많다고 생각했다. 책도 마음껏 읽고, 꽃집에 가서 좋아하는 꽃을 한 아름 사와 식탁에 꽂아놓거나, 남편이 오기 전 장을 보고 저녁 준비를 하는 여러 가지의 것들. 그래서 외로울 틈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남편의 퇴근 전까지 외롭고 공허한 시간들의 연속이었다. 

 

그즈음 가족이 된 조니와 데비는 언제나 나의 옆자리를 지키고, 외로울 틈을 주지 않는 아이들이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피스타치오 아몬드 아이스크림을 손으로 쳐내 떨어뜨리고, 예쁜 그릇장 위를 아슬아슬 걸어 다녀도, 그 모든 것이 다 아이들의 것이라는 것을. 비로소 너희가 있어야 우리의 집은 완벽하다는 것을. 자유와 성숙함이 물들어 가는 우리들의 ‘도담도담’ 하우스를 소개합니다.

 

 


“ 도담도담: 어린애가 아무 탈 없이 잘 자라는 모양 ”



 

 

우리들의 보헤미안 라이프

나뭇잎 사이로 부서져 내리는 햇빛과 초록색의 청량함, 듣기 좋은 벌레들의 사각거림, 나뭇가지들의 형태처럼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조니와 데비는 본능적으로 사랑한다. 우리 주변에 흐르는 대부분의 것들은 관습이나 규율 따위를 무시하며 자유분방하다. 어쩌면 조니와 데비는 원래부터가 그럴지도 모른다. 원초적인 조니와 데비가 서로를 위하는 행동들과 먹고 마시는 것들, 표현하고 싶은 데로 표현하는 감정 자체가 바로 보헤미안이다. 우리가 바라는 삶, 우리가 꿈꿔오며 실천하는 삶을 조니와 데비는 필연적으로 우리와 동행하고 있다. 

 

습한 공기와 바람이 새겨진 가구들과 아이들이 매달려도 쓰러지지 않을 정도의 고무나무, 흙을 다 퍼내며 어질러도 엄마 아빠가 깨끗하게 다시 담아줄 화분 속의 흙까지, 아이들이 느껴야 할 자연적인 부분들을 ‘도담도담 하우스’의 대부분의 사물이 해내고 있다. 하나의 작은 자연 속 복잡한 캣타워를 가지고 있는 어린 보헤미안인 조니 데비는, 우리 부부가 만들어 놓은 도담도담 하우스에서 점점 연장되어가는 자유분방한 공간에 함께 녹아들어 살고 있다.​ 

 

 


묘연, 그 색채의 농도

결혼 후 줄곧 혼자 집에 있던 나는 고양이를 키우고 싶었다. 친정에서는 이미 고양이 ‘링고’를 키우고 있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든 생각이었다. 고양이를 키우자는 나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인 남편은 친구를 통해 2018년 7월 20일 조니를 데려왔고, 그로부터 한 달 후 길고양이였던 데비가 2018년 8월 29일 우리 부부와의 소중한 묘연이 되어 비로소 우리는 완전한 가족이 되었다. 우리는 결혼 후에도 여전히

철부지스러웠다. 꾸밈없이 헝클어진 멋, 있는 그대로의 세상 안에서 보헤미안스러운 색채를 드러내고싶은 게 우리였다. 자연스러움과 헝클어짐의 미학이 있는 영화배우 조니 뎁을 좋아했던 우리의 영향은 두 아이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져 ‘조니’와 ‘데비’라는 이름이 되었다. 이 아이들도 우리와 같은 빛깔을 내기를, 자연이 담긴 집에서, 너희 있는 그대로의 짙은 색을 내며 지내기를 바라며 지은 이름이었다.​

 

 

 

나는 그림을 그리고 옷을 만드는 사람이다. 여러 가지 색으로 원하는 이미지를 표현할 때면, 기존에 있는 색들과 매번 새롭게 만들어지는 무한한 색들에 묘한 아름다움을 느낀다. 우리 아이들에게 가지고 있는 내 마음 또한 그러하다. 서로 다른 색의 마음이지만, 모두 아름답고 짙은 농도를 가지고 있다 이 아이들이 우리에게 온 묘연의 색채는 차이를 논할 수 없는 짙은 향기를 내고 있었다. 우리집은 ‘아무 탈 없이 잘 자라는 모양’의 도담 도담을 ‘조금의 탈이 있기에 성숙되어 가는 모양’이라는 뜻으로 재해석해 ‘도담도담 하우스’라 부른다. 무슨 하고 싶은 말이 그리 많은지 “꺙꺙”이라는 귀여운 소리를 내며 나에게 말을 거는 조니와 부드러운 곳에 두 손을 뻗어 꾹꾹이를 하는 데비까지. 내 옆에서 자리 잡고 누워 새근새근 자며 잠꼬대하는 이 둘의 사랑스러움으로 도담도담 하우스에는 매일매일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모를 정도의 간지러운 행복이 있다. 

 

 

" 외로움 가운데 나를 찾아와 곁에 있어준 이 아이들의 마음속 눈짓을 남편은 알고 있었다.​"

 

 

오래전 “너무 행복할 땐 이 행복이 없어지면 어쩌지? 걱정할 때가 있는 거 같아.”라는 엄마의 말에 나는 “불행은 행복을 질투할 때가 있나 봐.”라고 대답했었다. 데비가 온 후로 남편은 하루가 멀다 하고 기침을 해 잠이 들지 못했고, 눈이 간지러워 긁다가 벌게지는 등의 알레르기 증세가 계속되었다. 병원에 가보니, 고양이 알레르기라는 진단. 오히려 조니와 데비를 감싸고 남편에게 화를 내는 철부지 아내인 내가

야속한 남편은 조니와 데비에게 나를 뺏겼다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남편의 그런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아빠의 고충을 알 길이 없는 아이들과 우리는 그렇게 서로에게 스며들고 있었다.

 

글·사진 김보미 

에디터 글월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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